2009년 11월 24일 화요일

Forest Girl

여러가지 이유로, 지쳐, 웹을 방황하다가 친구의 블로그를 방문했습니다. 오래간만의 업데이트에 오오~ 하며 봤더니, "Forest Girl もりガール”란 제목. 흐흠 하면서 읽어 보았습니다.

친구 블로그(비공개 블로그 입니다.)의 소개를 그대로 옮기자면

모리걸 이라는 건?

mixi 커뮤니티로 부터 발생한 '숲에서 사는 것 같은 여자아이'를 기본테마로 하고 있는 패션 스타일

 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자면
minnk의 소품이라던가, syrup의 옷이라던가... 아니면 로맨틱 빈티지를 지향하고 있는 딸기쨈 프로젝트도 여기에 해당되겠지요.

친구가 번역한 "모리걸은 이런 느낌" 이란 리스트를 흥미진진(?)하게 읽어 내려가는데... 뭔가 익숙한 느낌. 그리고 마지막, 친구의 코멘트:
제 친구 **는 이미 모리걸이 아닌가 싶습니다.... 체크를 한다면 8-90퍼센트는 해당이 될 듯? 평생 까만색 메리제인 구두만 신고 살 친구예요.
네, 저는 얼마전에, 또다시 메리제인 구두를 구입했습니다. 까만색. 하지만 주홍색 메리제인도 가지고 있습니다. 갈색도 신었었습니다. 검정만 신는 것은 아니에요.

저 코멘트를 보고,  "확인이나 해 볼까" 하며, 적어보았습니다.

모리걸은 이런 느낌


60% 정도? 왠지 관련 이미지 자료(친구의 블로그에서)를 보고 있으려니 "내 옷장에 아이덴티티(...)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이런 스타일이 유행하면 좋기는 할 듯 합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질 테니. (그렇지만 나는 미국에 있고.. 저건 일본에서 현재... 과연?!)




2009년 11월 7일 토요일

옷 이야기

처음 여기 왔을 때, 20인치 트렁크에 옷과 신발을 담아왔었어요. 긴 패딩 코트 하나는 따로 가져왔었고... 가을이 다가오자 슬슬 옷을 살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었는데, 대체 어디서 사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우리나라에 있을 때는, 계속 거기서 살아왔으니 내 취향에 맞는 옷을 어디가면 살 수 있다,란게 머릿속에 들어있었지만, 여기서는...

여기저기 다닐 일이 있을 때 쇼윈도를 눈여겨 보기도 했지만, 좀 처럼 고르기가 힘들더군요. 그래서 처음에는 Filene's Basement에 가서 주니어용 코듀로이 바지를 샀었어요. 성인용은 길이가 맞지 않아서. 주니어용은 길이도 딱 정당하고 잘 맞더군요. (더 싸고.)

3년 이상 살면서 몇 번 시행착오를 거치고-사이즈 라던가... 사이즈가 많이 다르죠. 그래서 바지는 거의 사지 않고 있습니다.- 보통 이용하는 곳은

근처를 지나다가 쇼윈도가 특이하고 예뻐서 들어가봤어요. 디자이너샵(?)인 것 같은데 독특한 옷이 많습니다. 전에 yelp의 평을 보니 30전까지는 입을 수 있는 옷, 이라고 하더군요. (헉) 그냥 사기엔 가격이 좀 비싸게 느꺄지는데(천의 재질이나 바느질 상태를 보면...-_-) 세일을 계속 하니까, 보통 세일 물건중에서 고릅니다. 처음 여기서 구입한 것도, 세일해서 19.99$에 산 봄/여름 면 원피스 였어요. 최근엔 가로 줄무늬의 톡톡한 면 스웨터가 예쁜게 있어서 그냥 구입했습니다. 그런건, 찾으면 잘 없더라구요. 나왔을 때 얼른 구입해 둬야지.

보기에 예쁜 옷이 많아요. 인테리어 소품도 예쁘고. 가격은.. 비쌉니다. 역시나 세일을 계속 하기 때문에 - 신상품->일정기간 지남->세일 상품(50%정도) - 보통 세일 상품을 구입합니다. 오프라인에서도 세일 상품을 구입할 수 있지만 온라인쪽이 선택의 폭이 넓어요.

주의할 점은, 여기엔 "보기에" 예쁜 옷이 많다는 것. 입어보면 정말 아닐 때가 꽤 있어서-라인이라던가, 천의 소재라던가... 그냥 봤을 때랑은 확연히 달라요.- 잘 고려해 보고 구입해야 합니다. 여기서 샀던 하늘색 하늘 하늘한 면 블라우스(무당벌레와 하얀 데이지꽃이 수 놓아져 있고, 녹색 꽃 단추가 달려있어요.)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옷입니다.

소호에서, 지나가면서 몇 번 쇼윈도를 보고 들어가 볼까 말까 말까 하다가 슥 들어가본 가게. 파스텔톤 부터 아주 밝은 원색까지 색이 다양해요. 보통 단순한 라인의, 천의 재질/바느질 상태가 좋은 그런 옷이 많습니다. 늦봄/여름이면 예쁜 폴로 티셔츠를 판매합니다. 색이 참 예쁘게 나와요.

여기 스커트의 주름이나 라인이 마음에 드는게 좀 있어서 구입했었어요. 하얀색이라서 좀 부담스럽지만 여름에 신나게 입었습니다.

스웨터가 참 예쁜데.. 너무 비싸서. (흑)

유명하죠. 소호의 유니클로는 거대합니다. 안에 들어가보면 재미있어요. 그런데 크게 뭔가 많이 사게 되지는 않아요... 봄세일에서 캐쉬미어 롱 가디건을 19.99$에 건진 일이 있어서, 가끔 그런걸 노립니다.

그리 입을 일도 없는 봄 코트에 두 해 연속 낚였어요.

무난하고, 적당한(싼) 가격의 옷을 살 수 있는 곳. 가끔 사람들이 GAP에서 샀다고 하면 "진짜냐"는 반응을 보이는 옷도 나옵니다. 이 동네 애 들이 워낙 크니까, GAP kids의 제일 큰 사이즈를 구입할 때도 있어요. 말 하기 전 까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고, 편하고 튼튼하더군요. 애들 옷이다 보니... (어른 옷 보다 싸고.)

최근에 찾아낸 곳은

아직 구입해 보진 않았는데, 여기 옷, 정말 예뻐요! 소호는 꽤 자주 왔다 갔다 했는데,  왜 한 번도 못 봤을까. 설마 외관이 너무 으리으리(가격대가 높습니다-_-)해서 들어갈 생각도 못한걸까. 다음에 소호에 가면 꼭 가 보고 싶어요. 요즘은 바빠서(라고 쓰고 게을러서 라고 읽겠죠) 거의 나가지 않았으니.

프랑스 브랜드인 것 같은데(홈페이지가 fr로 끝나는 걸 보니) 실루엣이 깔끔하고 예쁩니다. 스웨터는 우선 모양에서 합격. 촉감은 가서 봐야 알겠지만... 스커트라던가, 블라우스가 참 예뻐요. yelp.com에서 찾아보니, 연말에 거하게 세일을 한다니까 그 때를 노려볼까 싶지만.. 보통 작은 사이즈는 빨리 나가는데.


2009년 11월 6일 금요일

Webster, Jean - Daddy Long Legs

1. 다 까먹어 가는 일본어를 좀 끌어내 볼까 하면서 하카다 분의 Daddy Long Legs 를 아침에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정말 다 까먹었나봐요. 히라가나 빼고. 네이버의 일본어 사전은 훌륭하군요. 심지어 필기 인식으로 한자를 찾을 수 있다니!

하여간, 저 키다리 아저씨 쪽은 진도가 잘 안나가고 있고, 원작을 다시 읽고 싶어져 버렸습니다. 마침 Project Gutenberg에 있길래 다운 받아 읽었습니다.

2. 어렸을 때도 꽤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그냥 재미있었다, 정도 였는데 다시 읽어 보니 여러가지로... 재미있네요.

3. 읽다가 최근 친구와 한 대화가 생각나서.
I find that it isn't safe to discuss religion with the Semples. Their God (whom they have inherited intact from their remote Puritan ancestors) is a narrow, irrational, unjust, mean, revengeful, bigoted Person. Thank heaven I don't inherit God from anybody! I am free to make mine up as I wish Him. He's kind and sympathetic and imaginative and forgiving and understanding--and He has a sense of humour.

4. Julia에 대해서는 연민이 느껴집니다. 그 애는 단지 그런 식으로 길러졌고, 표현할 줄 잘 모르고.. 그런게 아니었을까 싶어요. 물론 성격/자라온 환경의 차이가 커서 그랬겠지만 처음 Judy는 Julia에 대해서 정말 까탈스럽게 바라보니까요. 어쩌면 Julia는 Judy나 Sallie에게 더 다가가고 싶었다던가 그렇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해요. 정말 싫으면(서로가) 3-4년간 같은 방을 쓸 수 없쟎아요.

5. John Smith씨는 이걸 읽으면서 꽤 얼굴 붉혔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어쩌면 큰소리로 웃어서 집사가 무슨 일인지 달려왔을지도.
Julia says she has never seen him so amiable; he's usually pretty unapproachable. But Julia hasn't a bit of tact; and men, I find, require a great deal. They purr if you rub them the right way and spit if you don't. (That isn't a very elegant metaphor. I mean it figuratively.)
끝을 알기 때문에, 다시 읽으면서 재미있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키다리 아저씨의 생각"을 상상이 되는 것 입니다. 계속 키득키득 거리게 되요. 뒤로 가면 갈 수록. 처음에 이 사람은 삐뚤한 자기랑 유머 감각이 맞는 Judy의 작문을 보고는 킬킬 거리다가 "아 얘를 대학에 보내볼까" 하고 별 생각없이 결정 내렸겠지요. 편지를 보내고 어쩌고는 심심해서 해 본 소리일 것 같고. 그런데 그 편지가 재미있었던 거죠! 결국 조카 핑계대고 보러 가고... 4년간 크리스마스 선물이 발전하는 정도를 봐도 참.

14살 어린 아가씨에게 이리 저리 휘둘리다가, 결국 채이고 (왜 채였는지는 상상도 못하고! 편지 좀 제대로 다시 읽어 보지 그랬니), 속으로 흐느껴 울면서 흐느적 흐느적 사냥 갔다가 앓아 눕는다니. 진짜 한심하지만 귀엽긴 해요.

그러고보니 이제 키다리 아저씨가 저랑 비슷한 나이군요.

5-1. 근데 앤 시리즈에서 길버트도, 채이고 난 후에 뭔가로 앓아누웠쟎아요?

오랫동안 좋아했던 여자애 한테 채임-> 알아누움-> 여자애가 사실은~ 하면서 달려옴-> 부활!

이 패턴이 좀 유행했었나.


6. 내가 Judy라는 아이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
But in any case, I had to return it. It's different with me than with other girls. They can take things naturally from people. They have fathers and brothers and aunts and uncles; but I can't be on any such relations with any one. I like to pretend that you belong to me, just to play with the idea, but of course I know you don't. I'm alone, really--with my back to the wall fighting the world--and I get sort of gaspy when I think about it. I put it out of my mind, and keep on pretending; but don't you see, Daddy? I can't accept any more money than I have to, because some day I shall be wanting to pay it back, and even as great an author as I intend to be won't be able to face a PERFECTLY TREMENDOUS debt.
그렇지만 역시 Smith씨에 대해서는 연민이... 그냥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해 주고 싶었던 거죠, 이 사람은. 그렇지만 두 번만 좀 생각해 보시지.

7. 상상력이 있는 사람이 남을 배려한다.. 는 것. 하지만 그 상상력이 "어느 방향"으로 뻗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싶지만. 그래도 이 말에는 찬성이에요.
You know, Daddy, I think that the most necessary quality for any person to have is imagination. It makes people able to put themselves in other people's places. It makes them kind and sympathetic and understanding. It ought to be cultivated in children.









2009년 11월 4일 수요일

지경사 소녀 소설 + Project Gutenberg

Trivia: [지경사] 소녀소설 작가별 리스트 에서 전체 리스트를 볼 수 있습니다.


Project Gutenberg를 뒤적이다 보니, 저 리스트가 생각났어요. PG에서 꽤 많이 찾을 수 있더군요. 링크는 PG의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Louisa May Alcott 루이자 메이 올콧 (1832-1888)
Little Women 작은 아씨들
Jack and Jill 전원 세레나데
Eight Cousins 로즈의 계절
Rose in Bloom 로즈의 행복
An Old-Fashioned Girl 내 사랑 폴리

Susan Coolidge 수잔 쿨리지 (1835-1905)
What Katy Did 멋쟁이 케티
What Katy Did at School 케티의 기숙사 생활
What Katy Did Next 케티의 멋진 여행
Clover 케티의 멋진 여동생

William Shakespeare 윌리엄 셰익스피어 (1564-1616)
Antony and Cleopartra 클레오파트라

Jean Webster 진 웹스터 (1876-1916)
Daddy Long Legs 키다리 아저씨
Just Patty 요지경 파티

Mary Mapes Dodge (1830-1905)


Kilmeny of the Orchard 과수원 이야기

E. (Edith) Nesbit (1858-1924)
Five Children and It 사미아드, 내 소원을 들어줘

Eleanor Porter (1868-1920)
Pollyanna 시골소녀 폴리아나


그 외: 왠지 허전해서. Wikipedia 또는 다른 곳의 링크를 걸었습니다.
Enid Blyton 이니드 블라이튼 (1897-1968) Amazon에서 St. Clare's 시리즈 헌 책을 구입할 때 enidblyton.net을 이용했습니다. 표지를 비교하고, 어느 출판사에서 나온건가.. 뭐 그런 것을 찾아봤었지요.

Hunter Davies 헌터 데이비스 (1936- )

Lorna Hill 로나 힐 (1902-1991)은 Wikipedia에는 없어서 구글 검색을 해 봤더니 재미있는게 나와서 링크를 걸었습니다.

Stefan Zweig 슈테판 츠바이크 (1881-1942)

Noel Streatfield (1895-1986)

The Ringmaster's Secret 서커스 소녀의 비밀. 이 소설의 (진짜?) 작가는 Harriet Adams 라고 합니다.

Emma Bugbee (1888-1981)
이 사람이 맞나? 싶어서 구글 검색을 했더니 이런 재미있는 것이.


Astrid Lindgren (1907-2002)











2009년 11월 3일 화요일

0. 일요일. 걷다가 고개를 드니 이 환했어요.

1. 전에, 저 계단에서 셰익스피어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공연하는 것을 우연히 봤었어요. 밤이었고, 토가를 입은 배우들은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르고 있었어요. 카이사르가 암살당하는 장면.

그 때는 달이 떴었던가.

2. 지지가 모모에게 들려준, 은 거울-달-을 가진 공주님 이야기. 은 거울에 비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공주님. 저렇게 맑은 달이 뜨면, 건너편에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 작은 소녀가 있을 것 같죠.

3.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의 첫 부분. 다음엔 저 계단에서 살로메를 공연해 주면 좋을텐데. 이런 아름다운 달이 뜬 밤에.

4. 밤. 어릴 때, 버스를 타고 창 밖을 바라보면 가끔 둥근 달이 같이 달려주곤 했었어요. 멍하니 내릴 때 까지 바라보다가, 내리면 바로 잊었죠.

5. 노래하는 종. 달에 묻혀있던, 살짝 튕겨주면 아름답게 노래하는 돌.


2009년 10월 25일 일요일

The Cloisters - New York, NY, U.S.A.

주말 뭐했어?
-클로이스터 갔었어~
오오 거기 아름답지!
-정말 아름다웠어! 하지만 진짜 수도원은 아니지?
응. 가짜.

그래서, 그 이후로, 

가짜 수도원~이라고(진심으로 애정을 담아) 부르고 있습니다.

The Cloisters는 거대한 센트럴 파크 동쪽에 위치한 거대한 Metropolitan Museum of Art의 분점입니다. 중세 유럽 예술/건축물을 전시한 미술관이에요. Met은 정말 뭔가 많이 가지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Met에도 중세 유럽 미술품은 상당히... 많으니까요. 일층 그 코너에서 종종 길을 잃고 헤멨지요. (요즘은 적당히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1번을 타고 북쪽으로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A로 갈아타고, 190th street에서 내립니다. 처음 갔을 때는 꽤 긴장했어요. 맨하탄에 1년 넘게 살면서도 그렇게 위로 올라가 본 적은 없었거든요. 내려서는 엘리베이터로 올라갑니다. 정전이 되면 어쩌나 싶습니다. 다른 출구로 가는 계단은 있었던 듯 하니, 뭐 좀 더 걸어야 하는 것 빼곤 괜찮겠지요. (아마.)



Fort Tryon Park로 들어가 Hudson River 따라, 아름답게 가꾸어진 공원을 산책합니다. 넓게 흐르는 강을 바라보기만 해도, "잘왔다"라는 기분이 듭니다. 넓게 넓게. 그저 멈춰 있는 것 같지만 끊임없이 흐르면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잔디밭을 지나 조용히, 라는 푯말을 보고 슬몃 웃고는  좁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런 건물이 나옵니다. 입구는 


이렇게. 비오는 날 가면 꽤 박력있습니다. 


유럽의 여러 수도원 건물의 부분들을 모아 완성한 건물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외벽은 새로 만든 것이겠지요.) 안쪽에 들어가면 중앙 정원이 있는데, 그 정원을 감싸는 회랑의 기둥들은 모두 유럽 어딘가에서 가져온 것들입니다. 물이 졸졸 흐르는 샘도 그렇고. 

아름답지만, 어딘지 모르게 피식 웃게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대단하다고도 생각해요. 각각의 수도원에서 모아온 것들이지만, 한 곳에서 잘 어울립니다. 13, 4세기의 물건들이 모여서 꿈을 꾸고 있는 곳입니다.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는 The Hunt of the Unicon이라는 테피스트리입니다. 이 곳을 방문하기 전, 파리의 중세 미술관Musée National du Moyen Âge에서 The Lady and the Unicorn를 보았었어요. À mon seul désir(저는 간절히 바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앞에 한참 있었습니다. 짧게 자른 머리카락의 여인은, 그 전의 다른 테피스트리에서 보다 더욱 아름다웠지요. 유니콘은 그런 그녀를 자랑스럽게 바라보고 있었어요. 


이 곳의 유니콘도 역시 아름답지만(유니콘을 사냥하는 사람들의 긴장된 표정, 여러 동물과 식물의 묘사, 유니콘의 표정.. 창에 찔린 유니콘의 상처, 모든 것들이 아름답지만 잔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그런 기분을 불러 일으킵니다.) 이야기는 조금 더 복잡한 기분이었습니다. 인간의 감각을 묘사한 유니콘의 경우는 아아, 그렇구나 하고 감탄을 하며 보았었지만, 이 유니콘의 경우는 보는 내내 "왜, 왜?" 하는 질문이 떠오릅니다. 예수의 수난을 묘사한 작품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지요.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또 그런 것 같다, 란 생각도 들고.


천천히 둘러보다가 정원으로 나갑니다. 늦가을에는 좀 추웠지만, 봄, 여름의 정원은 정말 아름다워요. 장미의 이름에서 묘사된 채마밭이 떠오릅니다. 



지하로 내려가면, "보물"을 전시한 방이 있습니다. 역시나 장미의 이름이 연상되요. 제가 유일하게 읽은, 이 시대 수도원과 그 곳에서의 생활을 묘사한 소설이라서 그런지 이 곳에만 가면 계속 떠오릅니다. 가느다란 선으로 집요하게 가장자리를 장식한 필사본, 금박을 입히고 화려하게 색을 넣은 삽화, 호화로운 성물... 이런 것들을 그리고(정말 눈이 빠져라 노려보면서 그렸겠지요. 분명 직업병이 있었을 거에요.) 만들고, 물려받고, 일생을 신에게 바친 사람들. 그 방에 있다 보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그리고 스테인글라스! 맑은 날 가면 햇볕이 스며 벽을 물들입니다. 



정원을 감싸는 회랑에는 Met에 있는 카페와 비슷한 카페가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 커피는 맛이 없습니다. 하지만 봄, 여름, 초 가을, 이 곳의 카페에 앉아 있으면 커피가 맛이 없다는 불평같은 것은 바로 잊혀집니다. (물론 맛이 있으면 훨씬 더 감동적이겠지요!) 핸드폰이 제대로 작동하나 확인하고 싶어지게 만들어요. 물이 흐르는 소리, 바쁘게 돌아다니는 다람쥐, 식물의 초록이 은은하게 감돌고, 중세 시대의 오래된 기둥과 높게 솟은 탑이 보입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짙게 그늘진 돌벽이 보이지요.




1. The Cloisters근처에는 커다란 벚나무가 있답니다. 봅이 되면 벚꽃이 만발합니다. 우아해요. 근처 잔디밭에 앉아 소풍 기분을 내기도 합니다.



2. 여름, 흐리고 비가 조금씩 내리는 날 가면 사람이 얼마 없어요. 어둑어둑 고요하고 습기찬 복도를 걷다보면 저 앞에서 후드를 쓴 수도사 한 명쯤 지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최근, 미국 알라딘에서 구입한 책

스트레스 기록계가 폭발할 때 쯤이 아니면 하지 않는 짓을 했습니다. aladdinus.com에 책을 주문했어요.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을 보고 마음에 들었던 와카타케 나나미의 다른 소설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네 탓이야"라는 제목의 여전히 사람을 밀어내는 표지의 책. 하지만 처음 몇 장을 미리보기 기능으로 읽었더니 뒷 부분이 더 읽고 싶어졌고, 옛날에 꽤나 괜찮은 평을 읽었던 기억이 머리 구석에 남아 있어서 바구니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전에 읽을까 말까를 과장좀 보태서 수십번 고민한 온다 리쿠의 "금지된 낙원".

국내에 발매된 온다 리쿠의 책과 와카타케 나나미의 책의 공통점을 저에게 이야기 해 보라고 하면 주저없이 이렇게 말할거에요. "책 표지가 오글거려요." 아아 정말... "삼월을 붉은 구렁을"은 예외적으로 표지가 예뻤지만, 다른 것은...

책이 도착하자 마자 읽어 내려갔습니다. 이런게 하고 싶었어요. 샤워하고 뜨거운 코코아를 끓여 손을 데우면서 침대에 기대 앉아 책을 읽는 것. 정말로 오래간만 이었어요. 마음이 퍽퍽해 져서 간식이 아닌 다른 것은 손에 데고 싶지 않은 상태거든요.

"네 탓이야"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읽고 나서 생각해 보면 억지스러운데가 한 두군데도 아니고, 여기 저기서 빌려온 트릭이라던가... 하여간 트집잡고 싶은 데가 꽤 많긴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읽으면서 즐거웠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는 것도 괜찮았어요. 트러블에게 심하게 사랑 받는 여주인공-하무라 아키라-는 주변에 있으면 꽤 마음갈 것 같은 사람 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책 날개의 "쿨하고 냉소적이면서, 탐정답게 터프한 면도 있는 아가씨"에는 찬성할 수 없네요.

재생, 하무라 아키라


또 다른 주인공인 고바야시 슌타로 형사...는 읽는 내내 브라운 신부님이 생각나서. 물론 브라운 신부님을 따라올 수 없지만.

살인 공작,


마음에 든 에피소드는 "당나귀 구덩이"와 "살인공작". 당나귀 구덩이는 그 회사의 업무내용에 끌렸고, 그것이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더 끌렸어요. 살인공작은... 에, 이런 이야기, 좋아합니다. 흔하다가 할 수도 있지만.

당나귀 구덩이,




"금지된 낙원"은... 90%까진 괜찮았어요. 사토시의 이야기나 카오리의 이야기, 카오리의 그 완벽주의도 꽤 근사하다는 생각을 했고. 리츠코는 크게 마음에 드는 타입은 아니지만 흥미있게 읽었어요. 리츠코의 "세션"도 재미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지요.

리츠코의 세션


미궁같은 저택(이 사람 참 거대한 건축물을 좋아하죠. 자기 단편집에서도 이야기 했지만.)의 묘사도 좋았고, 악의가 피어오르는 작품도 좋았어요. 다 좋진 않았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데" 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남은 장 수가 얼마 되지 않다는 사실에 좀 불안했죠.

역시나.

아 정말 이런 "사랑(혹은 애정, 혹은.. 뭐든, 선의?)이 세상을 구한다"는 결말은 좀. 물론 이런 결말을 작가도 긍정하는 것은 아니겠지요(설마?). 좀 씁쓸한 어조라고 믿고 있어요. 정말이지 끝의 10%는 읽지 않는 편이.. 차라리 모두들 신의 정원에서 영원히 떠돌게 된다는 결말쪽이 훨씬 마음에 들었을 거에요.

정말, 이제 온다 리쿠에서 벗어나야... 그래도 책마다 좋아할 만한 구석이 하나 이상은 있어서 아직 못 벗어났지만.

2009년 10월 11일 일요일

Morningside Bookshop - New York, NY, U.S.A.

저에게 편안함을 주는 장소에는 책이 있습니다. 서점, 도서관, 자신의 방... 읽는다 라는 것은 식사를 한다와 비슷한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미국에 와서 얼마되지 않았을 때, 서점을 갔었습니다. 아마 Barnes and Noble 이었을 텐데, 그 때 제 머리를 친 것은 "낯설음" 이었습니다. 아마 언어 때문이었을 거에요.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그 당시의 저에게는 편안해야 할 장소조차 스트레스를 더할 뿐 이었습니다. 

어느 저녁무렵, Morningside bookshop앞을 지났습니다. 이 서점에서는 날씨 좋은 날(=비/눈이 내리지 않는 날) 서점 앞에 가판대를 놓고 오래된 책이나 손상된 책을 30~50% 정도 싸게 판매했습니다. 소설, 사진집, 여행 안내서, 요리책.... 10월쯤 이었을 거에요. 쌀쌀한 바람이 불어왔지만, 그 앞에 서서 커다란 화집을 넘겨보거나 눈으로 제목을 쫓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휙휙 지나치는 길 가에서 멍하니 책을 바라보고 있으니 무엇인가가 서서히 돌아오는 느낌이었어요. 

(이 사진은 어느 봄날 저녁에 찍었습니다.)

종종 서점 앞을 지나가다가 멈춰 서서 책을 바라보거나 했습니다. 아는 작가의 이름에 끌려서 멈추기도 했어요. 친근하게 느껴지는 제목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아 이거 그 책이구나! 할 때도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 우연히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겨울이 다가오던 11월 초, 색이 화려한 표지에 끌려 제목을 보았더니 Thirteenth Tale이었어요. 우리말로 번역된 것을 읽고 싶었었지만 못 읽고 여기로 왔었기 때문에 바로 구입했었습니다. 제가 상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서 당황했었지만 재미있게 읽었고 좋아하는 이야기 입니다. 추워지기 시작하면 생각나는 이야기 에요. 진한 핫초컬렛과 함께.

서점 안으로 들어가서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이 서점에는 Mystery코너가 따로 있었어요. 자기 책을 가져와서 여기에서 책을 구입할 때 쓸 수 있는 포인트를 받고 팔 수도 있었지요. 오래된 미스터리 책이 가득한 책꽂이를 둘러보며 눈에 띄는 책을 꺼내어 넘겨보다가 카운터로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인 Henning MankellOne step behind의 영문판을 여기서 구입했지요. 헌 책이었는데, 영국에서 나온 것이었어요. 

작은 서점이었지만 오래된 책꽂이는 높았고, 여기 저기 작은 간이 계단이나 사다리가 있었어요. 분야별로 정리도 깔끔했지요. 주인은 그저 카운터에 무심히 앉아있을 뿐이어서 편하게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가끔 작가 낭독회나 작은 강연회도 열리는 것 같았어요.


지난 6월, 이 서점의 쇼윈도에 문을 닫게 되었다는 공지가 붙었습니다.

당황스러웠어요. 이 오래되고 아름다운 공간이... 경영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글을 읽으면서 슬퍼졌습니다. 하나의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이. 특히 그 공간이 내가 좋아했던 곳이고 위로해 주었던 곳이 었기 때문에... 재고 정리를 하고 있어서 잠시 들어가 체스교본을 하나 샀습니다. 그림이 가득한 얇은 책이에요.


최근 그 근처를 지났습니다. 공사중이었는데... 거대한 공지가 새로 붙어있었어요. 다른 independent book sellerBook Culture에서 여기에 분점을 낸다고 적혀있었지요. 이 서점은 주로 학술서를 취급하는데, 원래 있던 서점에서는 계속 학술서를 전문으로 하고 여기에는 다른 쪽("new releases, bestsellers, mysteries, sale books, and more")을 취급하겠다고 안내가 붙어있었습니다. 이 곳이 계속 서점으로 남게 되어 기쁩니다.


2009년 9월 29일 화요일

Shakespeare and Company - Paris, France

(2008년 여름에 찍었던 사진 입니다.)

2006년 여름 처음 파리에 갔을 때, 그 곳에 살던 후배가 이 서점에 대해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노트르담 근처에 영어로 쓴 책만 판매하는 서점이 있다고. 영어로 말을 걸면 대답도 해 주지 않는다는 프랑스에서(물론 사실이 아니긴 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긴 했지만. 제가 만난 영국인은 "영어 악센트의 프랑스어로 말을 걸면 모른척 한다" 라고 투덜거렸지만, 저야 동양인이란게 바로 보이니 어설픈 프랑스어로 말을 시작하면 알아서 영어로 대답해 주더라구요.) 영어책만 판매하다니. 오오오 하며 후배의 손에 이끌려간 그 곳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자극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이층이 특히 그랬어요. 빼곡히 들어찬 낡은 책, 부드럽게 바람이 흘러들어오는 창문. 외갓집의 (지금은 없어진) 다락방의 분위기와 약간(정말 약간) 흡사했거든요.

(전후 관계는 확실치 않지만) snowcat파리의 스노우캣 Snowcat in Paris 를 선물로 받아, 읽으면서 Shakespeare and Company를 발견하고 기뻤어요. 사진보다 내가 기억하는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그림이었거든요.

2008년 여름, 다시 파리에 갔을 때, 다시 갔었습니다. (이 때는 Snowcat in Paris를 아예 들고 다녔어요.) 여름의 파리는 해가 늦게 져서, 기웃거리며 다니다보면 어느새 9시가 넘어버리더군요. 벌써 닫지 않았으려나 걱정하면서 갔는데, 열려 있었어요. 석양빛 마저 거의 사라질 무렵이었지만 여러 사람들이 모여 복작복작 즐거운 분위기 였습니다. 가판대에서 이것 저것 펼쳐보기도 했지만 시간이 충분치 않아서 아무것도 사오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현재의 서점은 1951년에 세워진 2대째 라고 하는군요(wikipedia). 이 곳은 하나의 공간... 뭐라 해야 할까요, 그 시기의 흐름에 천천히 따라가지만 향수어린 분위기를 간직하는 그런 곳 입니다.

올 6월에 마음에 들어했던 작은 서점independent bookstore-morningside bookstore-이 문을 닫는 것을 보고,  여기도 살짝 걱정이 되었습니다. 괜찮겠지요. 오래 오래, 센느강과 함께 그 곳에 있으면 해요.

BE NOT INHOSPITABLE TO STRANGERS LEST THEY BE ANGELS IN DISGUISE




2009년 9월 28일 월요일

Northwestern University


작년 봄에 갔었던 Northwestern University. 우리끼린 북서대라고 불렀었지요. 건물이 빽빽한 뉴욕에 있다가 갔더니 신선했달까, 그랬습니다. 특히 호수!


말로만 듣던 미시간호! 정말 거대했어요. 저게 호수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넓게 펼쳐진 호수에 푸른 잔디밭이 정말 예뻤습니다. 학생들도 느긋이 잔디밭에 앉아 있거나 했었어요. 하지만 겨울에는 정말 춥겠죠!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


가느다란 나무. 사진을 좀 정리하다가 작년 사진에서 이 사진을 발견했어요. 아 이게 벌써 일년도 더 된 일이군요. 나이를 먹을 수록 시간의 흐름에 가속도가 붙는 것 같아요.



2009년 9월 7일 월요일

M2M - Shades of Purple

언제 처음 들었었는지, 기억도 제대로 안나는, 그런 오래된 앨범.

언제나처럼 갑자기 "아 Pretty boy 듣고 싶어~" 하다가 iTunes store를 검색했다. Shades of Purple은 13$인데 곡을 따로 구입하면 0.99$, 앨범 전체를 사면 9.99$. 몇 곡을 듣다보니 옛날 생각이 나서 그냥 앨범 전체를 구입. (첫 곡인 Don't say you love me에서 넘어갔..)

이 앨범 전체를 처음부터 죽 듣는 건 아무래도 처음인 듯 하다. 어쨌거나, 꾸역꾸역 일 하면서 듣다가, 3번째 곡인 Girl in your dreams에서 격침.

Girl in your dream


그러니까, 격침당한 건 아무래도 

How could you do this to me
You said we are meant to be
You showed me how to cry
When you told me everything was a lie

이 부분. 현실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몇 번 들어서, 듣다가 울컥해 버린 듯 하다. 

사람마다 시간은 다 다르니까. 시작되는 시간과 끝내는 시간. 그 시간이 각자 달라서 분노하고 슬퍼하는 것.

어렸을 때, "사랑"이나 그 비슷한 것이 어째서 그렇게나 자주 노래 가사나 소설이나 하여간 어디든 들어가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사실 지금도 그렇게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있어서 다른 개체에 대한 애착 그 자체가 살아가는데 너무 너무 소중하다는 것은, 알겠다. 나에게도 그렇고. 그것이 일반적인 사랑이란 것과 비슷한 것이든 아니든. 




About M2M: wikipedia에서 찾아보았습니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활동한 Norwegian pop music duo. M2M은 두 사람의 이름인 Marion Elise RavenMarit Elisabeth Larsen의 머릿글자를 딴 것. wikipedia에 따르면 이 두 사람은 5살때 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합니다. 둘 이서 함께 활동한 것은 2002년까지이고, 그 이후로는 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첫 곡인 Don't say you love me가 포켓몬 극장판의 사운드트랙에 들어가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포켓몬...?!




2009년 9월 3일 목요일

온다 리쿠 - 흑과 다의 환상

어제 갑자기 다시 읽고 싶어져서, 침대 아래의 상자를 열었다. 

세쓰코 편이 거의 끝나간다. 그러다 보니 "흠 51세 생일에 결국 이 두 사람-마키오와 세쓰코-가 결혼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책을 읽은 사람만!


이 책을 읽으면 여행을 가고 싶다. 온다 리쿠의 이야기는 그런 기분을 들게 만드는 일이 많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도, 읽다 보면 어딘가로 훌쩍 가고 싶어진다.

2009년 7월 8일 수요일

My Heart in San Francisco


 어찌어찌 하다 보니 6월 초, 5일간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게 되었습니다. 보스는 "나는 샌프란시스코가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생각해" 라고 말했었습니다. 대도시지만 뉴욕과는 너무나 다른 도시. 

햇볕이 밝았지만 가디건이 없으면 추울,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그리고 도시 어디에서나 "바다"를 느낄 수 있었어요. 건물은 오래되었지만 무겁다거나 묵직하다 같은 느낌보다 화사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파스텔 톤이었기 때문일까요.  지진의 위험이 있어서 인지 모두 나지막했습니다. 


저에게 샌프란시스코는, "그립다"라는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아름답고, 아기자기하고.. 어딘지 모르게 그리운, 그런 거리. 여행자였기 때문일까요.


10년이고 20년이고, 돌이켜 보며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그런 여행이었습니다. 


2009년 6월 4일 목요일

2009-06-04, Soho 산책

편한 신발을 계속 찾고 있었습니다. 늘 구두만 신었기 때문에, 어떤 걸 사야 할 지 부터가 문제였어요. 블로그 사이를 돌아다니다가 adidas by Stella McCartney의 발레 플랫이 편하고 예쁘다고 해서 검색해 보았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정말.

그리고가 이런걸 발견했습니다. 사진보다 좀 더 연한 회색이고, 안쪽은 분홍색이라서 마음에 들었어요. (가시나무새를 읽은 후 부터 분홍색과 회색의 조합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 곧 열흘 쯤 여행을 가야 해서, 준비도 할 겸 오래간만에 소호로 향했습니다. 소호에 꽤 큰 아디다스 매장이 있더라구요. 

djuna의 면세구역을 읽고 난 뒤 부터, 소호에 가면 항상 그 단편이 떠오릅니다. 

 맨하탄만큼 길 찾기가 쉬운 곳도 없다고들 하지만 그건 순전히 소호 윗부분에나 해당되는 말이다. 무질서한 다각형의 플레이스 단위로 조각조각 쪼개진 소호는 여행자들이 길을 잃게 하기 위해 음흉하게 계획된 곳이다. 제딴엔 이 곳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는 으스대고 걷다가 곧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djuna, 면세구역

 처음 소호에 갔을 때, 저는 그 곳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겨울이었고, 매우 피곤한 상태였으며, 사람은 정말정말정말 많았거든요. 그런데 작년 이 맘 때쯤, 그 근처를 일주일간 매일 갈 일이 있었어요. 걷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날씨도 따뜻했기 때문에 슬슬 주변을 걸어다니다 보니 어느새, 저는 제가 소호를 매우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하철 R, W의 Prince street를 내리면 Broadway 입니다. 여기는 사람이 정말 많이 다녀요. 큰 가게가 많긴 하지만, 저는 이 길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거기서 서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무질서한 다각형의 플레이스 단위로 조각조각 쪼개진" 공간을 산책할 수 있게 됩니다. 주말이면 여기도 사람이 많긴 하지만, 목요일 오후는 한적해요. 걷기에 좋습니다. 

큰 길가의 아디다스를 찾아서, 우선 목적했던 신발을 구입하고 커다란 짙은 파란색의 아디다스 쇼핑백을 들고는 - 좀 크기를 다양하게 하면 안될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발 상자의 3배쯤 되는 높이의 쇼핑백이거든요! - 걷기 시작했습니다.

뉴욕의 5, 6월은 날씨를 짐작하기가 힘듭니다. 매년 이때쯤은 이런 날씨 라는 것이 보통 있을 텐데, 여기는 매년 5, 6월의 날씨가 달라집니다. 몇년 전에는 6월에 습기가 가득해서 사우나 실에 앉아 있는 것 같았었어요. 그냥 적당히 덥지만 살 만할 때도 있었구요. 5월도 그렇고. 하지만 올해는 5월도 쌀쌀하고 비가 오는 날씨가 꽤 있었고, 6월의 시작인 지금도 흐리고 쌀쌀하네요. 그러다가 옅은 푸른색의 하늘이 보이기도 하구요. 

물론 맑은 날, 소호의 작은 길을 걷다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낡은 건물들도 예쁘지만, 이런 날도 나쁘지 않아요. 특히 5월이 지나가면 나무의 녹색이 짙어지니까요. 뉴욕은 사람도 많고 차도 많지만, 나무, 공원, 작은 정원도 많습니다. 낡은 건물의 바랜 색에, 짙은 녹색이 겹쳐지는 것이 잘 어울립니다. 

Marie belle에 젤라또 광고가 붙어 있어서 들어갔습니다. 하늘색 간판의 오래된 가게가 참 예쁘고, 핫초컬렛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가격이 꽤 비싸서 먹어보지는 않았었어요. 그렇지만 오늘은 좀 피곤하기도 해서 재미있는 점원이 추천해 준 라벤더/카다몬 초컬렛 젤라또를 먹어보았습니다. 가게 안 쪽에 있는 티룸은 조그만 테이블과 의자가 귀엽습니다. 라벤더 젤라또는 기대이상이었어요. 카다몬 초컬렛은 많이 진합니다. 라벤더 한 입, 초컬렛 한 입, 다시 라벤더 한 입... 

오늘은 피곤해서 가지 않았지만 Broadway에서 동쪽으로 향하면 제가 좋아하는 McNally Jackson Booksellers가 나옵니다. 예쁜 서점이에요. 서점안의 카페에는 낡았지만 튼튼한 의자와 테이블이 있습니다. 서점 안은 구석 구석 작은 공간들이 있고(완전히 밀폐되진 않았지만 완전히 열려있지도 않은, 편안한) 작지만 꽤 편한 의자가 있습니다. 전 이 서점 아래층의 미스터리책 구역과 여행책 구역에 앉아서 책을 고르거나 1층을 휘적휘적 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2009년 6월 1일 월요일

Mankell, Henning - One step behind(Steget Efter, 한여름의 살인)

6월이 되면 읽고 싶어지는 책 입니다.

첫 만남. 도서관을 산책하다가 [한여름의 살인]이라는 제목을 발견하고는 "뭐냐 이거"라고 중얼거리면서 읽어보았습니다. 몇 줄 읽다가 창가의 의자에 앉았고, 다 읽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아마 여름방학이었을 거에요. 스웨덴어는 못 읽기 때문에, 영어로 번역된 것을 가끔가는 헌책방에서 구입해서 읽었습니다: [One step behind] 그리고 그 이후로, 5, 6월이 되면 이 책을 찾게 되고, 올 해도 읽었습니다. 

책 읽은 사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