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1일 일요일

Morningside Bookshop - New York, NY, U.S.A.

저에게 편안함을 주는 장소에는 책이 있습니다. 서점, 도서관, 자신의 방... 읽는다 라는 것은 식사를 한다와 비슷한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미국에 와서 얼마되지 않았을 때, 서점을 갔었습니다. 아마 Barnes and Noble 이었을 텐데, 그 때 제 머리를 친 것은 "낯설음" 이었습니다. 아마 언어 때문이었을 거에요.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그 당시의 저에게는 편안해야 할 장소조차 스트레스를 더할 뿐 이었습니다. 

어느 저녁무렵, Morningside bookshop앞을 지났습니다. 이 서점에서는 날씨 좋은 날(=비/눈이 내리지 않는 날) 서점 앞에 가판대를 놓고 오래된 책이나 손상된 책을 30~50% 정도 싸게 판매했습니다. 소설, 사진집, 여행 안내서, 요리책.... 10월쯤 이었을 거에요. 쌀쌀한 바람이 불어왔지만, 그 앞에 서서 커다란 화집을 넘겨보거나 눈으로 제목을 쫓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휙휙 지나치는 길 가에서 멍하니 책을 바라보고 있으니 무엇인가가 서서히 돌아오는 느낌이었어요. 

(이 사진은 어느 봄날 저녁에 찍었습니다.)

종종 서점 앞을 지나가다가 멈춰 서서 책을 바라보거나 했습니다. 아는 작가의 이름에 끌려서 멈추기도 했어요. 친근하게 느껴지는 제목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아 이거 그 책이구나! 할 때도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 우연히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겨울이 다가오던 11월 초, 색이 화려한 표지에 끌려 제목을 보았더니 Thirteenth Tale이었어요. 우리말로 번역된 것을 읽고 싶었었지만 못 읽고 여기로 왔었기 때문에 바로 구입했었습니다. 제가 상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서 당황했었지만 재미있게 읽었고 좋아하는 이야기 입니다. 추워지기 시작하면 생각나는 이야기 에요. 진한 핫초컬렛과 함께.

서점 안으로 들어가서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이 서점에는 Mystery코너가 따로 있었어요. 자기 책을 가져와서 여기에서 책을 구입할 때 쓸 수 있는 포인트를 받고 팔 수도 있었지요. 오래된 미스터리 책이 가득한 책꽂이를 둘러보며 눈에 띄는 책을 꺼내어 넘겨보다가 카운터로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인 Henning MankellOne step behind의 영문판을 여기서 구입했지요. 헌 책이었는데, 영국에서 나온 것이었어요. 

작은 서점이었지만 오래된 책꽂이는 높았고, 여기 저기 작은 간이 계단이나 사다리가 있었어요. 분야별로 정리도 깔끔했지요. 주인은 그저 카운터에 무심히 앉아있을 뿐이어서 편하게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가끔 작가 낭독회나 작은 강연회도 열리는 것 같았어요.


지난 6월, 이 서점의 쇼윈도에 문을 닫게 되었다는 공지가 붙었습니다.

당황스러웠어요. 이 오래되고 아름다운 공간이... 경영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글을 읽으면서 슬퍼졌습니다. 하나의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이. 특히 그 공간이 내가 좋아했던 곳이고 위로해 주었던 곳이 었기 때문에... 재고 정리를 하고 있어서 잠시 들어가 체스교본을 하나 샀습니다. 그림이 가득한 얇은 책이에요.


최근 그 근처를 지났습니다. 공사중이었는데... 거대한 공지가 새로 붙어있었어요. 다른 independent book sellerBook Culture에서 여기에 분점을 낸다고 적혀있었지요. 이 서점은 주로 학술서를 취급하는데, 원래 있던 서점에서는 계속 학술서를 전문으로 하고 여기에는 다른 쪽("new releases, bestsellers, mysteries, sale books, and more")을 취급하겠다고 안내가 붙어있었습니다. 이 곳이 계속 서점으로 남게 되어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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