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4일 목요일

2009-06-04, Soho 산책

편한 신발을 계속 찾고 있었습니다. 늘 구두만 신었기 때문에, 어떤 걸 사야 할 지 부터가 문제였어요. 블로그 사이를 돌아다니다가 adidas by Stella McCartney의 발레 플랫이 편하고 예쁘다고 해서 검색해 보았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정말.

그리고가 이런걸 발견했습니다. 사진보다 좀 더 연한 회색이고, 안쪽은 분홍색이라서 마음에 들었어요. (가시나무새를 읽은 후 부터 분홍색과 회색의 조합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 곧 열흘 쯤 여행을 가야 해서, 준비도 할 겸 오래간만에 소호로 향했습니다. 소호에 꽤 큰 아디다스 매장이 있더라구요. 

djuna의 면세구역을 읽고 난 뒤 부터, 소호에 가면 항상 그 단편이 떠오릅니다. 

 맨하탄만큼 길 찾기가 쉬운 곳도 없다고들 하지만 그건 순전히 소호 윗부분에나 해당되는 말이다. 무질서한 다각형의 플레이스 단위로 조각조각 쪼개진 소호는 여행자들이 길을 잃게 하기 위해 음흉하게 계획된 곳이다. 제딴엔 이 곳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는 으스대고 걷다가 곧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djuna, 면세구역

 처음 소호에 갔을 때, 저는 그 곳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겨울이었고, 매우 피곤한 상태였으며, 사람은 정말정말정말 많았거든요. 그런데 작년 이 맘 때쯤, 그 근처를 일주일간 매일 갈 일이 있었어요. 걷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날씨도 따뜻했기 때문에 슬슬 주변을 걸어다니다 보니 어느새, 저는 제가 소호를 매우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하철 R, W의 Prince street를 내리면 Broadway 입니다. 여기는 사람이 정말 많이 다녀요. 큰 가게가 많긴 하지만, 저는 이 길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거기서 서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무질서한 다각형의 플레이스 단위로 조각조각 쪼개진" 공간을 산책할 수 있게 됩니다. 주말이면 여기도 사람이 많긴 하지만, 목요일 오후는 한적해요. 걷기에 좋습니다. 

큰 길가의 아디다스를 찾아서, 우선 목적했던 신발을 구입하고 커다란 짙은 파란색의 아디다스 쇼핑백을 들고는 - 좀 크기를 다양하게 하면 안될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발 상자의 3배쯤 되는 높이의 쇼핑백이거든요! - 걷기 시작했습니다.

뉴욕의 5, 6월은 날씨를 짐작하기가 힘듭니다. 매년 이때쯤은 이런 날씨 라는 것이 보통 있을 텐데, 여기는 매년 5, 6월의 날씨가 달라집니다. 몇년 전에는 6월에 습기가 가득해서 사우나 실에 앉아 있는 것 같았었어요. 그냥 적당히 덥지만 살 만할 때도 있었구요. 5월도 그렇고. 하지만 올해는 5월도 쌀쌀하고 비가 오는 날씨가 꽤 있었고, 6월의 시작인 지금도 흐리고 쌀쌀하네요. 그러다가 옅은 푸른색의 하늘이 보이기도 하구요. 

물론 맑은 날, 소호의 작은 길을 걷다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낡은 건물들도 예쁘지만, 이런 날도 나쁘지 않아요. 특히 5월이 지나가면 나무의 녹색이 짙어지니까요. 뉴욕은 사람도 많고 차도 많지만, 나무, 공원, 작은 정원도 많습니다. 낡은 건물의 바랜 색에, 짙은 녹색이 겹쳐지는 것이 잘 어울립니다. 

Marie belle에 젤라또 광고가 붙어 있어서 들어갔습니다. 하늘색 간판의 오래된 가게가 참 예쁘고, 핫초컬렛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가격이 꽤 비싸서 먹어보지는 않았었어요. 그렇지만 오늘은 좀 피곤하기도 해서 재미있는 점원이 추천해 준 라벤더/카다몬 초컬렛 젤라또를 먹어보았습니다. 가게 안 쪽에 있는 티룸은 조그만 테이블과 의자가 귀엽습니다. 라벤더 젤라또는 기대이상이었어요. 카다몬 초컬렛은 많이 진합니다. 라벤더 한 입, 초컬렛 한 입, 다시 라벤더 한 입... 

오늘은 피곤해서 가지 않았지만 Broadway에서 동쪽으로 향하면 제가 좋아하는 McNally Jackson Booksellers가 나옵니다. 예쁜 서점이에요. 서점안의 카페에는 낡았지만 튼튼한 의자와 테이블이 있습니다. 서점 안은 구석 구석 작은 공간들이 있고(완전히 밀폐되진 않았지만 완전히 열려있지도 않은, 편안한) 작지만 꽤 편한 의자가 있습니다. 전 이 서점 아래층의 미스터리책 구역과 여행책 구역에 앉아서 책을 고르거나 1층을 휘적휘적 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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