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5일 일요일

The Cloisters - New York, NY, U.S.A.

주말 뭐했어?
-클로이스터 갔었어~
오오 거기 아름답지!
-정말 아름다웠어! 하지만 진짜 수도원은 아니지?
응. 가짜.

그래서, 그 이후로, 

가짜 수도원~이라고(진심으로 애정을 담아) 부르고 있습니다.

The Cloisters는 거대한 센트럴 파크 동쪽에 위치한 거대한 Metropolitan Museum of Art의 분점입니다. 중세 유럽 예술/건축물을 전시한 미술관이에요. Met은 정말 뭔가 많이 가지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Met에도 중세 유럽 미술품은 상당히... 많으니까요. 일층 그 코너에서 종종 길을 잃고 헤멨지요. (요즘은 적당히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1번을 타고 북쪽으로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A로 갈아타고, 190th street에서 내립니다. 처음 갔을 때는 꽤 긴장했어요. 맨하탄에 1년 넘게 살면서도 그렇게 위로 올라가 본 적은 없었거든요. 내려서는 엘리베이터로 올라갑니다. 정전이 되면 어쩌나 싶습니다. 다른 출구로 가는 계단은 있었던 듯 하니, 뭐 좀 더 걸어야 하는 것 빼곤 괜찮겠지요. (아마.)



Fort Tryon Park로 들어가 Hudson River 따라, 아름답게 가꾸어진 공원을 산책합니다. 넓게 흐르는 강을 바라보기만 해도, "잘왔다"라는 기분이 듭니다. 넓게 넓게. 그저 멈춰 있는 것 같지만 끊임없이 흐르면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잔디밭을 지나 조용히, 라는 푯말을 보고 슬몃 웃고는  좁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런 건물이 나옵니다. 입구는 


이렇게. 비오는 날 가면 꽤 박력있습니다. 


유럽의 여러 수도원 건물의 부분들을 모아 완성한 건물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외벽은 새로 만든 것이겠지요.) 안쪽에 들어가면 중앙 정원이 있는데, 그 정원을 감싸는 회랑의 기둥들은 모두 유럽 어딘가에서 가져온 것들입니다. 물이 졸졸 흐르는 샘도 그렇고. 

아름답지만, 어딘지 모르게 피식 웃게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대단하다고도 생각해요. 각각의 수도원에서 모아온 것들이지만, 한 곳에서 잘 어울립니다. 13, 4세기의 물건들이 모여서 꿈을 꾸고 있는 곳입니다.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는 The Hunt of the Unicon이라는 테피스트리입니다. 이 곳을 방문하기 전, 파리의 중세 미술관Musée National du Moyen Âge에서 The Lady and the Unicorn를 보았었어요. À mon seul désir(저는 간절히 바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앞에 한참 있었습니다. 짧게 자른 머리카락의 여인은, 그 전의 다른 테피스트리에서 보다 더욱 아름다웠지요. 유니콘은 그런 그녀를 자랑스럽게 바라보고 있었어요. 


이 곳의 유니콘도 역시 아름답지만(유니콘을 사냥하는 사람들의 긴장된 표정, 여러 동물과 식물의 묘사, 유니콘의 표정.. 창에 찔린 유니콘의 상처, 모든 것들이 아름답지만 잔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그런 기분을 불러 일으킵니다.) 이야기는 조금 더 복잡한 기분이었습니다. 인간의 감각을 묘사한 유니콘의 경우는 아아, 그렇구나 하고 감탄을 하며 보았었지만, 이 유니콘의 경우는 보는 내내 "왜, 왜?" 하는 질문이 떠오릅니다. 예수의 수난을 묘사한 작품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지요.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또 그런 것 같다, 란 생각도 들고.


천천히 둘러보다가 정원으로 나갑니다. 늦가을에는 좀 추웠지만, 봄, 여름의 정원은 정말 아름다워요. 장미의 이름에서 묘사된 채마밭이 떠오릅니다. 



지하로 내려가면, "보물"을 전시한 방이 있습니다. 역시나 장미의 이름이 연상되요. 제가 유일하게 읽은, 이 시대 수도원과 그 곳에서의 생활을 묘사한 소설이라서 그런지 이 곳에만 가면 계속 떠오릅니다. 가느다란 선으로 집요하게 가장자리를 장식한 필사본, 금박을 입히고 화려하게 색을 넣은 삽화, 호화로운 성물... 이런 것들을 그리고(정말 눈이 빠져라 노려보면서 그렸겠지요. 분명 직업병이 있었을 거에요.) 만들고, 물려받고, 일생을 신에게 바친 사람들. 그 방에 있다 보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그리고 스테인글라스! 맑은 날 가면 햇볕이 스며 벽을 물들입니다. 



정원을 감싸는 회랑에는 Met에 있는 카페와 비슷한 카페가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 커피는 맛이 없습니다. 하지만 봄, 여름, 초 가을, 이 곳의 카페에 앉아 있으면 커피가 맛이 없다는 불평같은 것은 바로 잊혀집니다. (물론 맛이 있으면 훨씬 더 감동적이겠지요!) 핸드폰이 제대로 작동하나 확인하고 싶어지게 만들어요. 물이 흐르는 소리, 바쁘게 돌아다니는 다람쥐, 식물의 초록이 은은하게 감돌고, 중세 시대의 오래된 기둥과 높게 솟은 탑이 보입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짙게 그늘진 돌벽이 보이지요.




1. The Cloisters근처에는 커다란 벚나무가 있답니다. 봅이 되면 벚꽃이 만발합니다. 우아해요. 근처 잔디밭에 앉아 소풍 기분을 내기도 합니다.



2. 여름, 흐리고 비가 조금씩 내리는 날 가면 사람이 얼마 없어요. 어둑어둑 고요하고 습기찬 복도를 걷다보면 저 앞에서 후드를 쓴 수도사 한 명쯤 지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최근, 미국 알라딘에서 구입한 책

스트레스 기록계가 폭발할 때 쯤이 아니면 하지 않는 짓을 했습니다. aladdinus.com에 책을 주문했어요.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을 보고 마음에 들었던 와카타케 나나미의 다른 소설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네 탓이야"라는 제목의 여전히 사람을 밀어내는 표지의 책. 하지만 처음 몇 장을 미리보기 기능으로 읽었더니 뒷 부분이 더 읽고 싶어졌고, 옛날에 꽤나 괜찮은 평을 읽었던 기억이 머리 구석에 남아 있어서 바구니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전에 읽을까 말까를 과장좀 보태서 수십번 고민한 온다 리쿠의 "금지된 낙원".

국내에 발매된 온다 리쿠의 책과 와카타케 나나미의 책의 공통점을 저에게 이야기 해 보라고 하면 주저없이 이렇게 말할거에요. "책 표지가 오글거려요." 아아 정말... "삼월을 붉은 구렁을"은 예외적으로 표지가 예뻤지만, 다른 것은...

책이 도착하자 마자 읽어 내려갔습니다. 이런게 하고 싶었어요. 샤워하고 뜨거운 코코아를 끓여 손을 데우면서 침대에 기대 앉아 책을 읽는 것. 정말로 오래간만 이었어요. 마음이 퍽퍽해 져서 간식이 아닌 다른 것은 손에 데고 싶지 않은 상태거든요.

"네 탓이야"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읽고 나서 생각해 보면 억지스러운데가 한 두군데도 아니고, 여기 저기서 빌려온 트릭이라던가... 하여간 트집잡고 싶은 데가 꽤 많긴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읽으면서 즐거웠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는 것도 괜찮았어요. 트러블에게 심하게 사랑 받는 여주인공-하무라 아키라-는 주변에 있으면 꽤 마음갈 것 같은 사람 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책 날개의 "쿨하고 냉소적이면서, 탐정답게 터프한 면도 있는 아가씨"에는 찬성할 수 없네요.

재생, 하무라 아키라


또 다른 주인공인 고바야시 슌타로 형사...는 읽는 내내 브라운 신부님이 생각나서. 물론 브라운 신부님을 따라올 수 없지만.

살인 공작,


마음에 든 에피소드는 "당나귀 구덩이"와 "살인공작". 당나귀 구덩이는 그 회사의 업무내용에 끌렸고, 그것이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더 끌렸어요. 살인공작은... 에, 이런 이야기, 좋아합니다. 흔하다가 할 수도 있지만.

당나귀 구덩이,




"금지된 낙원"은... 90%까진 괜찮았어요. 사토시의 이야기나 카오리의 이야기, 카오리의 그 완벽주의도 꽤 근사하다는 생각을 했고. 리츠코는 크게 마음에 드는 타입은 아니지만 흥미있게 읽었어요. 리츠코의 "세션"도 재미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지요.

리츠코의 세션


미궁같은 저택(이 사람 참 거대한 건축물을 좋아하죠. 자기 단편집에서도 이야기 했지만.)의 묘사도 좋았고, 악의가 피어오르는 작품도 좋았어요. 다 좋진 않았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데" 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남은 장 수가 얼마 되지 않다는 사실에 좀 불안했죠.

역시나.

아 정말 이런 "사랑(혹은 애정, 혹은.. 뭐든, 선의?)이 세상을 구한다"는 결말은 좀. 물론 이런 결말을 작가도 긍정하는 것은 아니겠지요(설마?). 좀 씁쓸한 어조라고 믿고 있어요. 정말이지 끝의 10%는 읽지 않는 편이.. 차라리 모두들 신의 정원에서 영원히 떠돌게 된다는 결말쪽이 훨씬 마음에 들었을 거에요.

정말, 이제 온다 리쿠에서 벗어나야... 그래도 책마다 좋아할 만한 구석이 하나 이상은 있어서 아직 못 벗어났지만.

2009년 10월 11일 일요일

Morningside Bookshop - New York, NY, U.S.A.

저에게 편안함을 주는 장소에는 책이 있습니다. 서점, 도서관, 자신의 방... 읽는다 라는 것은 식사를 한다와 비슷한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미국에 와서 얼마되지 않았을 때, 서점을 갔었습니다. 아마 Barnes and Noble 이었을 텐데, 그 때 제 머리를 친 것은 "낯설음" 이었습니다. 아마 언어 때문이었을 거에요.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그 당시의 저에게는 편안해야 할 장소조차 스트레스를 더할 뿐 이었습니다. 

어느 저녁무렵, Morningside bookshop앞을 지났습니다. 이 서점에서는 날씨 좋은 날(=비/눈이 내리지 않는 날) 서점 앞에 가판대를 놓고 오래된 책이나 손상된 책을 30~50% 정도 싸게 판매했습니다. 소설, 사진집, 여행 안내서, 요리책.... 10월쯤 이었을 거에요. 쌀쌀한 바람이 불어왔지만, 그 앞에 서서 커다란 화집을 넘겨보거나 눈으로 제목을 쫓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휙휙 지나치는 길 가에서 멍하니 책을 바라보고 있으니 무엇인가가 서서히 돌아오는 느낌이었어요. 

(이 사진은 어느 봄날 저녁에 찍었습니다.)

종종 서점 앞을 지나가다가 멈춰 서서 책을 바라보거나 했습니다. 아는 작가의 이름에 끌려서 멈추기도 했어요. 친근하게 느껴지는 제목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아 이거 그 책이구나! 할 때도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 우연히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겨울이 다가오던 11월 초, 색이 화려한 표지에 끌려 제목을 보았더니 Thirteenth Tale이었어요. 우리말로 번역된 것을 읽고 싶었었지만 못 읽고 여기로 왔었기 때문에 바로 구입했었습니다. 제가 상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서 당황했었지만 재미있게 읽었고 좋아하는 이야기 입니다. 추워지기 시작하면 생각나는 이야기 에요. 진한 핫초컬렛과 함께.

서점 안으로 들어가서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이 서점에는 Mystery코너가 따로 있었어요. 자기 책을 가져와서 여기에서 책을 구입할 때 쓸 수 있는 포인트를 받고 팔 수도 있었지요. 오래된 미스터리 책이 가득한 책꽂이를 둘러보며 눈에 띄는 책을 꺼내어 넘겨보다가 카운터로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인 Henning MankellOne step behind의 영문판을 여기서 구입했지요. 헌 책이었는데, 영국에서 나온 것이었어요. 

작은 서점이었지만 오래된 책꽂이는 높았고, 여기 저기 작은 간이 계단이나 사다리가 있었어요. 분야별로 정리도 깔끔했지요. 주인은 그저 카운터에 무심히 앉아있을 뿐이어서 편하게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가끔 작가 낭독회나 작은 강연회도 열리는 것 같았어요.


지난 6월, 이 서점의 쇼윈도에 문을 닫게 되었다는 공지가 붙었습니다.

당황스러웠어요. 이 오래되고 아름다운 공간이... 경영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글을 읽으면서 슬퍼졌습니다. 하나의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이. 특히 그 공간이 내가 좋아했던 곳이고 위로해 주었던 곳이 었기 때문에... 재고 정리를 하고 있어서 잠시 들어가 체스교본을 하나 샀습니다. 그림이 가득한 얇은 책이에요.


최근 그 근처를 지났습니다. 공사중이었는데... 거대한 공지가 새로 붙어있었어요. 다른 independent book sellerBook Culture에서 여기에 분점을 낸다고 적혀있었지요. 이 서점은 주로 학술서를 취급하는데, 원래 있던 서점에서는 계속 학술서를 전문으로 하고 여기에는 다른 쪽("new releases, bestsellers, mysteries, sale books, and more")을 취급하겠다고 안내가 붙어있었습니다. 이 곳이 계속 서점으로 남게 되어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