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을 타고 북쪽으로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A로 갈아타고, 190th street에서 내립니다. 처음 갔을 때는 꽤 긴장했어요. 맨하탄에 1년 넘게 살면서도 그렇게 위로 올라가 본 적은 없었거든요. 내려서는 엘리베이터로 올라갑니다. 정전이 되면 어쩌나 싶습니다. 다른 출구로 가는 계단은 있었던 듯 하니, 뭐 좀 더 걸어야 하는 것 빼곤 괜찮겠지요. (아마.)

Fort Tryon Park로 들어가 Hudson River 따라, 아름답게 가꾸어진 공원을 산책합니다. 넓게 흐르는 강을 바라보기만 해도, "잘왔다"라는 기분이 듭니다. 넓게 넓게. 그저 멈춰 있는 것 같지만 끊임없이 흐르면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잔디밭을 지나 조용히, 라는 푯말을 보고 슬몃 웃고는 좁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런 건물이 나옵니다. 입구는

유럽의 여러 수도원 건물의 부분들을 모아 완성한 건물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외벽은 새로 만든 것이겠지요.) 안쪽에 들어가면 중앙 정원이 있는데, 그 정원을 감싸는 회랑의 기둥들은 모두 유럽 어딘가에서 가져온 것들입니다. 물이 졸졸 흐르는 샘도 그렇고.
아름답지만, 어딘지 모르게 피식 웃게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대단하다고도 생각해요. 각각의 수도원에서 모아온 것들이지만, 한 곳에서 잘 어울립니다. 13, 4세기의 물건들이 모여서 꿈을 꾸고 있는 곳입니다.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는 The Hunt of the Unicon이라는 테피스트리입니다. 이 곳을 방문하기 전, 파리의 중세 미술관Musée National du Moyen Âge에서 The Lady and the Unicorn를 보았었어요. À mon seul désir(저는 간절히 바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앞에 한참 있었습니다. 짧게 자른 머리카락의 여인은, 그 전의 다른 테피스트리에서 보다 더욱 아름다웠지요. 유니콘은 그런 그녀를 자랑스럽게 바라보고 있었어요.
이 곳의 유니콘도 역시 아름답지만(유니콘을 사냥하는 사람들의 긴장된 표정, 여러 동물과 식물의 묘사, 유니콘의 표정.. 창에 찔린 유니콘의 상처, 모든 것들이 아름답지만 잔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그런 기분을 불러 일으킵니다.) 이야기는 조금 더 복잡한 기분이었습니다. 인간의 감각을 묘사한 유니콘의 경우는 아아, 그렇구나 하고 감탄을 하며 보았었지만, 이 유니콘의 경우는 보는 내내 "왜, 왜?" 하는 질문이 떠오릅니다. 예수의 수난을 묘사한 작품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지요.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또 그런 것 같다, 란 생각도 들고.
천천히 둘러보다가 정원으로 나갑니다. 늦가을에는 좀 추웠지만, 봄, 여름의 정원은 정말 아름다워요. 장미의 이름에서 묘사된 채마밭이 떠오릅니다.

지하로 내려가면, "보물"을 전시한 방이 있습니다. 역시나 장미의 이름이 연상되요. 제가 유일하게 읽은, 이 시대 수도원과 그 곳에서의 생활을 묘사한 소설이라서 그런지 이 곳에만 가면 계속 떠오릅니다. 가느다란 선으로 집요하게 가장자리를 장식한 필사본, 금박을 입히고 화려하게 색을 넣은 삽화, 호화로운 성물... 이런 것들을 그리고(정말 눈이 빠져라 노려보면서 그렸겠지요. 분명 직업병이 있었을 거에요.) 만들고, 물려받고, 일생을 신에게 바친 사람들. 그 방에 있다 보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그리고 스테인글라스! 맑은 날 가면 햇볕이 스며 벽을 물들입니다.
정원을 감싸는 회랑에는 Met에 있는 카페와 비슷한 카페가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 커피는 맛이 없습니다. 하지만 봄, 여름, 초 가을, 이 곳의 카페에 앉아 있으면 커피가 맛이 없다는 불평같은 것은 바로 잊혀집니다. (물론 맛이 있으면 훨씬 더 감동적이겠지요!) 핸드폰이 제대로 작동하나 확인하고 싶어지게 만들어요. 물이 흐르는 소리, 바쁘게 돌아다니는 다람쥐, 식물의 초록이 은은하게 감돌고, 중세 시대의 오래된 기둥과 높게 솟은 탑이 보입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짙게 그늘진 돌벽이 보이지요.
1. The Cloisters근처에는 커다란 벚나무가 있답니다. 봅이 되면 벚꽃이 만발합니다. 우아해요. 근처 잔디밭에 앉아 소풍 기분을 내기도 합니다.
2. 여름, 흐리고 비가 조금씩 내리는 날 가면 사람이 얼마 없어요. 어둑어둑 고요하고 습기찬 복도를 걷다보면 저 앞에서 후드를 쓴 수도사 한 명쯤 지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